십년 전에 꺾어 심었네.
인동초.
날아가는 듯 가녀린 모습의 하얀꽃 노랑꽃에 반해서
페트병 잘라 흙을 담고 꺾은 줄기 꼽이서 조심스레 모셔와서는
가게 안에 뒀다가 담장 아래 두고는
나름 정성들여 물 주고 잡풀 뽑아주고
나명 들명 조석으로 같이 했는데...
꽃을 보렸더니 무던히도 애를 태웠구나.
다른 꽃나무 꽃피우는데 은근히 애가 탔더구나.
내가 이러했는데 네 심정이야 오죽했겠느냐.
무심한 척 지나가길 어언 십년이 되었구나.
"여보! 인동초 꽃핀 걸 왜 얘기 안해줬어?"
"무슨 소리? 인동초가 꽃을 피웠다구?"
"몰랐어?"
"당근 몰랐지. 알면 왜 얘기 안했겠어.
언체부터 피었대?"
"삼일 전이야. 나는 알면서 얘기 안한 줄 알았지."
어쨌든 고맙다.
피워줘서...
그 동안 고생했다.
이제 맘껏 뽐내려무나.
열 번의 겨울의 시림을 참아내고
거센 비바람도 견뎌내더니 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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