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구장 사죄(赦罪)함을 변론함
성경에 가로되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고하면 저는 미쁘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 모든 옳지 아니한 것은 깨끗하게 씻어 버리실 것이오 만일 우리가 죄를 범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곧 하나님이 거짓말한다 하는 자니 그 말씀이 또한 우리 마음에 있지 아니하리라"(요일 1:9~10) 하시고,
또 가로되 "내가 내 죄를 주께 아뢰고 나의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고 말하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겠다 하였으매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시 32:5) 하고,
또 가로되 "그러므로 너희는 죄를 서로 고하고 병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 의로운 사람의 간구하는 것이 운동하는 힘이 많으니라"(약 5:16).
예수교에서는 삼가 성경 뜻을 좇아 감독이나 목사나 교우나 아무 사람이든지 하나님 앞에 있어서는 성신께서 강림하신 줄 믿고 공중을 바라보고 꿇어 엎드려 다 같이 기도하며 각각 자기 죄를 깨닫고 주의 앞에 자복하며 예수씨 공로를 의지하여 하나님께서 사죄하여 주시기만 구하고,
천주교회에서는 도리어 이르되 교우들이 마땅히 신부 앞에서 죄를 고하고 사유(赦宥: 죄를 용서하여 줌)하여 주기를 간구하는 것이 옳다 하니 이것은 왈(曰: 가로되, 가라사대) 교회법이라. 신부가 교인을 데리고 한 가지로 은밀한 방 속에 들어가 교우에게 명하여 가로되 네가 평생에 지은 죄와 은밀한 일까지 낱낱히 자세히 고하되 만일 하나라도 은휘(隱諱: 꺼리어 감추고 숨김)하면 면죄(免罪: 죄를 면함, 또는 죄를 면제해 줌)함을 얻지 못하리라 하니 그런 고로 모든 고죄(告罪)하는 말이 교우의 입에서 나아오고 신부의 귀로 들어간즉 이것은 비유컨대 칼날을 거꾸로 잡고 칼자루는 신부에게 줌이라. 자기 나라에나 자기 집안에 큰 일을 당하여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군신(君臣) 간에 입 밖에 내지 못할 비밀한 일이라도 천주교 신부가 그 나라 왕후 부인들을 핍박하여 각각 은밀한 일을 낱낱히 고하라 하며 혹 은휘할 사람이 있을지라도 부인들은 마음이 항상 연약함이 많은 고로 왕왕히 신부의 꾀에 떨어져 그 일을 말하는 것이 자기 나라에도 해롭고 자기 남편에게도 이롭지 못한 줄 알면서 감히 신부의 명령을 거역지 못하고 두려워하여 모든 일을 실상으로 말하니 한 번 고죄법을 행한 후에 신부를 무서워하지 않는 자가 없는지라. 이것은 주교와 신부들이 모든 교우를 어리석게 만든 것이오 모든 교우를 억제하는 계책이라.
사죄하는 권능을 잡으신 이는 곧 하나님이시거늘 신부는 또한 사람이라. 사람마다 다 죄가 있어 능히 스스로 자기 죄를 사할 수 없거늘 어찌 능히 남의 죄를 사하리오? 이것은 양교에 크게 같지 아니한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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