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兄弟)
“동생 ! 쌀 나눠먹세”하면서
형은 딱해 하는 얼굴로
그저 허구헌날 피가 뜨거운지
칼 갈아 옆에 차고 불 방망이 들고서
입 삐쭉 내밀고 씩씩거리며
공연히 트집하는 동생을 불러
자기는 그런 대로 살만 하다고
아껴 먹고 절약하던 쌀을 선뜻 보낸다
“이유 없는 거유?”
“그래 그래 그냥 끓여 먹게”
형 만한 아우 없다고 했던가
노상 쌈박질 해대고 말썽만 피우는
나이는 쉰이나 먹도록 철딱서니 없는 아우
안됐어 하며 쌍동이형은 속으로 운다
식구들은 속도 없냐고 야단해도
아우 생각하는 형 마음은 그게 아닌 걸
더 주지 못하는 사랑으로 몸살 나는구나
제발 궁상 그만 떨고 합쳐 같이 사세나
(9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