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밤에 활기 쳐,
기지개 용쓰고 일어나는 땅
그 거리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는
나는 서러운 이방인
누군가 아주 적당한 곳에
지친 다리 뽑아 걸쳐 놓을
작은 그루터기 하나
준비해 두었으면 좋으련만
아! 그랬구나 밤에 일어나는구나
알았을 때는 이미 나도 그 밤을
성큼성큼 걷고 있구나
먼 훗날 또 여기 나처럼
청승맞게 번짓수 잘못 짚어
낮에 서성이는 이 행여나 본다면
그에게 말해주겠네 밤에 일어나는 거라고
낮은 그냥 희망사항이더라고...
지금 나는 인생의 한밤 중
PM 9시를 지나고 있다
아직은 정오의 햇살에
불끈불끈 의욕 넘치는데
인연하는 이들마다
내 시계바늘을 고쳐 돌리려 하고
장성한 자식들이
날 꿈에서 깨우네
늘 우리네 인생은 속이듯
우리 잠들어 세상 모를 때
새앙쥐에게처럼 사각사각
갉아 먹히우는 걸...
-솔석자 박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