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이방인(異邦人)

솔석자 2018. 5. 17. 17:10


이방인


밤에 활기 쳐,

  기지개 용쓰고 일어나는 땅

그 거리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는

나는 서러운 이방인

누군가 아주 적당한 곳에

지친 다리 뽑아 걸쳐 놓을

작은 그루터기 하나

준비해 두었으면 좋으련만


아! 그랬구나 밤에 일어나는구나

알았을 때는 이미 나도 그 밤을

 성큼성큼 걷고 있구나

먼 훗날 또 여기 나처럼

 청승맞게 번짓수 잘못 짚어

 낮에 서성이는 이 행여나 본다면

그에게 말해주겠네 밤에 일어나는 거라고

낮은 그냥 희망사항이더라고...


지금 나는 인생의 한밤 중

 PM 9시를 지나고 있다

아직은 정오의 햇살에

 불끈불끈 의욕 넘치는데

인연하는 이들마다

 내 시계바늘을 고쳐 돌리려 하고

장성한 자식들이

 날 꿈에서 깨우네


늘 우리네 인생은 속이듯

 우리 잠들어 세상 모를 때

새앙쥐에게처럼 사각사각

갉아 먹히우는 걸...


-솔석자 박영순-


'시근밥 솥단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간 사념  (0) 2018.05.17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고 싶은 그대여!  (0) 2018.05.17
신고식  (0) 2018.05.15
착각(錯覺)  (0) 2018.05.15
홍해(红海)  (0) 201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