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입추(立秋)(99.10.03)

솔석자 2019. 4. 16. 00:01

입추(立秋)

 

이제 겨우 낯을 익혔을 뿐인데

여름과의 짧은 사랑 식기도 전에

새론 만남으로의 벅찬 설렘은

풋사랑 아쉬운 이별로 인하여

빛 바랜 푸른색으로 가슴 찡하다

현관에서 쭈뼛거리고 서서

그에게 들어가길 망설인다

차라리 그가 마중 나왔으면,

아직 낯선 친구 가을아!

잠시라도 나 혼자 있게 하렴

바람 사나운 날 쓸쓸한 호숫가에서

종일토록 머리만 감아대는

수양버들의 마음을 안다면

-朴荣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