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앞에 숙연해져 옷깃 여미며…(어느 공원묘원에서)
그대
후회하는 노랠랑
부르지 맙시다
후회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줄 진즉 알았기 때문이요
그대
애닲다 눈물일랑
흘리지 맙시다
가는 님 보내는 애달픔마저도 도에 지나치면
‘뒷간 가서 웃을걸’ 하는 잔인한 입방정에 당신 신세 더 처량해 집니다
그대
님 보내면서 좋은 곳으로 가시구려
막연하게 말하지 맙시다
그 좋은 곳이 어딘지 깨닫지 못한다면
이 다음에 다른 님 보낼 때도 지금처럼 공허한 빈소리로 들립니다
그대
무덤 앞에 쓰인 비문이 요상스럽소
왼쪽에는 예수요, 오른쪽엔 부처라
천국문 앞에서 그대 사랑하는 님
참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구려 차라리 둘 다 지우는 편이 나을 성 싶소
그대
축복의 말
구구절절 썼구려
진실로 그것이 하나님께서
고인을 통해 당신에게 주신 말씀이 아니라면
복의 근원이 되라는 말이 욕일 수도 있다오
가는 세월 너무 바쁜
아빠 엄마 따라서
쌍둥이 남매 졸랑졸랑 가슴아프오
죽음의 골짜기에서
그대들 부활의 아침 단 꿈을 꾸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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