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도 좋고 서울쥐면 어떠리
강냉이랑 썩은 고구마 먹고 한댓 잠 자던 시골쥐는
고량진미에 호강하며 산다는 서울쥐 감언에 엮여
일확천금을 꿈꾸며 정든 고향 버리고 봇짐을 쌌다
서울역으로 마중 나온 서울쥐는 촌뜨기 시골쥐를
집으로 데리고 가 우아하게 폼 잡고 우쭐거리며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근사하게 대접했다
식사도중 급히 숨는 소동이 여나무 번 있고서야
시골쥐는 쫓기며 불안하게 진미를 먹는 것보다
박식을 먹어도 고향이 제일인 줄 깨달았단다
있을 거 다 있어 남부럽지 않게 잘 살던 자는
그게 진정 잘 사는 거냐는 한 소리에 뜨거워
영혼을 구원하리 가슴 뜨거워 제 나라 떠났다
죄 지은 것 없음에도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고
부끄런 일 아니함에도 때론 낯을 피해야 하는
그런 일이 눈만 뜨면 일상생활이 되는 곳에 있어도
「돌아가리 내 집에 따순 밥 편한 잠 자리 두고
쫓겨가며 불안하게 매일매일 어떻게 사느냐」
그렇게 하나님의 사람은 가볍게 변하지 않는다
시골쥐의 생은 그 생으로 끝나는 것이니까 그렇고
우리 네 인생은 그거 끝나면 더 큰 것 있으니까…
- 2000. 7.19 瀋陽 穌家庄 朴榮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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