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鄕愁病)
그런 게 있다고 말은 익히 들었었지만
그렇다고 반가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덥석 손잡아 인사할 기분 전혀 아닌 것은
솔직히 그대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요.
그대 이다지도 빨리 내게 임할 줄 몰랐소.
어인 일로 채비 안 된 날 뜬금없이 찾아와
타국 땅에 홀로 있음 느껴 아프게 하는지,
다 아시는 주님 계셔 기도하며 매달리지만
여러 날 어쩔 수 없는 그대의 포로 되어
사무치는 그리움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구려.
음료수 한 잔에도 싸하게 속 적시는 그대여
덴시 켜고 노래 듣고, 쌀 씻고 빨래를 해도,
「마이 따미러(買大米了)! 마이 따미러!」하며
밥장수 잠깨우며 한바탕 돌아치고 나가도,
행길 가 채나물에 참외파는 아낙네 소리도
내 듣고 싶어하던 소리는 아니더란 말이요.
아이들이 족구공을 차 대문 맞추기를 하오.
어제만해도 마냥 흐믓했는데 이게 웬일이요
그도 내 아이들 노는 소리 아니더란 말이요
그대 향수병이여! 이제 그만 가주오 날 잊으오
언젠가는 그대 그리울 때도 있을 것이외다
늦은 가을, 어느 한가한 카페이팅(찻집)에 앉아
보고파도 영 만날 수 없을 그대 회상하며
커피 한 잔에 풍치며 지인에게 말할 거외다.
그런 대로 그저 아름다운 추억이었었노라고
그리 대수롭잖은 가벼운 홍역정도였었노라고…
-2000년 7월 19일 심양 穌家庄에서 朴榮淳-
'시근밥 솥단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어져 추수할 때 되매… (0) | 2019.02.17 |
---|---|
시골쥐도 좋고 서울쥐면 어떠리 (0) | 2019.02.17 |
동삼(冬三)의 넋두리 (0) | 2019.02.13 |
잔을 비워야... (0) | 2019.01.15 |
그 때... (0) | 2019.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