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향수병(鄕愁病)

솔석자 2019. 2. 17. 23:25

향수병(鄕愁病)

 

그런 게 있다고 말은 익히 들었었지만

그렇다고 반가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덥석 손잡아 인사할 기분 전혀 아닌 것은

솔직히 그대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요.

그대 이다지도 빨리 내게 임할 줄 몰랐소.

어인 일로 채비 안 된 날 뜬금없이 찾아와

타국 땅에 홀로 있음 느껴 아프게 하는지,

다 아시는 주님 계셔 기도하며 매달리지만

여러 날 어쩔 수 없는 그대의 포로 되어

사무치는 그리움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구려.

음료수 한 잔에도 싸하게 속 적시는 그대여

덴시 켜고 노래 듣고, 쌀 씻고 빨래를 해도,

마이 따미러(買大米了)! 마이 따미러!하며

밥장수 잠깨우며 한바탕 돌아치고 나가도,

행길 가 채나물에 참외파는 아낙네 소리도

내 듣고 싶어하던 소리는 아니더란 말이요.

아이들이 족구공을 차 대문 맞추기를 하오.

어제만해도 마냥 흐믓했는데 이게 웬일이요

그도 내 아이들 노는 소리 아니더란 말이요

그대 향수병이여! 이제 그만 가주오 날 잊으오

언젠가는 그대 그리울 때도 있을 것이외다

늦은 가을, 어느 한가한 카페이팅(찻집)에 앉아

보고파도 영 만날 수 없을 그대 회상하며

커피 한 잔에 풍치며 지인에게 말할 거외다.

그런 대로 그저 아름다운 추억이었었노라고

그리 대수롭잖은 가벼운 홍역정도였었노라고


-2000719일 심양 穌家庄에서 朴榮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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