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기다림(99.07.18)

솔석자 2019. 4. 21. 07:29


기다림


「아직 여름도 세월인지라
가을조차 올 듯 싶지 않은데
겨울 대비하라는 말 무슨 소리
햇살은 이다지도 따사롭고
먹거리 역시 천지에 풍성한데
웬 입맛 뚝 떨어질 소리…」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지금은 씨워-언한 물 속에 있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속에서
임박한 위기를 느끼지 못하며
안위를 즐기다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그 날은 조금씩 다가온다는 것을…


그 날이 오면, 정녕 그 날이 오고 말면
나는 거기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안위하다 죽은 개구리의 모습일까
냉수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내일을 보고
깨어 뛰쳐나와 산 개구리의 모습일까


그래, 우리 그 날을 준비하자
삼복더위 속에도 혹한의 겨울을 느끼며…

- 솔석자 박영순 -


'시근밥 솥단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가에서…(99.10.10)  (0) 2019.04.21
그 분이라면...(99.01.17)  (0) 2019.04.21
참꽃 붉은 날에...  (0) 2019.04.20
살레시오의 집(94.01.09)  (0) 2019.04.20
소금 항아리/ 등경 위의 됫박  (0) 2019.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