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살레시오의 집(94.01.09)

솔석자 2019. 4. 20. 23:32

살레시오의 집


손발 뒤틀리고
고운 입술 일그러져
무엇 한가지
기뻐하고 즐거워 할 것
쥐뿔도 없는 것 같은데

바퀴의자 의지하고
뒤따르는 소녀는
마냥 즐겁습니다.
가식없는 웃음으로
도리어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좋은 나이지요.
부모 사랑 응석부리며
동무들과 재잘거리며
행복 단비 흠뻑 맞을 시절에
슬픈 꽃 되어 여기 머무는데도요...

소녀의 웃음소리에
같이 웃고 함께 즐거워하지만
가슴 속으로 흐르는 눈물은
비수 되어 양심을 쥐어 뜯습니다.
소녀의 마음처럼 하나되지 못하는

가책으로 말입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말입니다.
그렇게 크게 소리치며

웃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나를 내보이며 떳떳하게

사는 건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 소녀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여태껏 남을 의식하며

회칠한 무덤으로 사니까요.

살레시오의 집 비탈길 내려오며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어둠이었던 때를 기억하지 말고

그대로 밝게 자라길... 

- 솔석자 朴榮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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