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에 빈 방이 없어...
추운 날, 만삭된 아내를 동반하고 로마 황제 아구스도의 명령에 따라 호적을 하러 고향 베들레헴으로 갔던
요셉은 이미 먼저 온 이들, 돈 많은 이들, 예약할 능력 있는 이들이 방을 다 차지한 바람에 잠 잘 방이 없었습
니다. 고작 얻은 곳이라고는 마굿간, 그것도 감지덕지였습니다. 사람이 만원이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지요.
정월 초하루, 새벽열차를 타고 ‘웬 역맛살(?)’, 바람을 쐰다고 여행을 떠나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내려 두시간
을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쪼르륵 소리가 나도록 배도 고파 주저앉을 지경이 돼서야 겨우 곤한
다리 쉴 방을 하나 구했습니다.
정초에 이게 웬 일,‘호적이라도 하려는가?’ 빈방이 없습니다.
정말 빈 방이 없는 것일까요?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여관집 주인들의 대답 왈,
“두 세 시간 잠깐 놀 방은 있어도 잠 잘 방은 없다우.”
여관이라는 데가 여행을 하는 나그네가 잠을 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향락을 위하여 쓰여지기 위하여
꼭 필요한 사람을 거절하는 세상입니다.
“여관이 잠자는 데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면서 씁쓰레하게 웃으며 나오는 발걸음 뒤에서 주인 아주머니의 조
건에 딱 들어맞은 청춘 남녀의 자랑스런(?) 행진은 오히려 바람맞은 나그네를 비웃듯 합니다. <솔석자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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