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랍속 사금파리

버스가 그렇게 타고 싶더냐?

솔석자 2016. 6. 27. 18:13

버스가 그렇게 타고 싶더냐?          

           

토교를 흙다리라 그러고
석교를 돌다리라 그런다며?
처음엔 그게 뭔 소린지 몰라 연관짓지 못했고
다만 동네 이름이 돌다리 흙다리라는 게 댓다리(?) 우스웠다.


그 우스운 흙다리에 쌍룡양회공장 사원 아파트가 있었다.
사실 난 가보지 않아서 어디쯤인지 몰라.
또 지금도 있는지 모르고...


당시에는 우리가 중학교 1회라 쌍룡뿐만 아니라 멀리 영월에서까지
유학(?) 온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흙다리에도 친구들이 많았었다.
사원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동네 친구들이다.
동네 아이들은 산을 넘어 걸어다니고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다녔다.
사원 아파트 아이들은 회사 통근버스가 통학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도 물론 함께 타고 싶었지만
그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 말대로 버스 조수새끼(?)가 아파트 애들만 태워주고
동네 아이들은 악착같이 태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잘 보이고 사정해서 타고 올 수도 있지만
한 마디로 드르워서 걸어다닌다는 것이다.
학교 와서도 식식대며 조수새끼 성토하기 바쁘다.


아! 말 못하고 스트레스 받던 그 시절이여.
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다만 혼자 끙끙댔다.
아무에게도 이유도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속 썩였는데...

30년이 후딱 지나 동창회라고 모였다.
가끔 만난 친구들도 있지만
졸업하고 처음 만난 친구들도 많았다.
많이들 변했다.
성격도 변했고 모습도 변했다.


애나 어른이나 친구 만나면 어쩔 수 없다.
애정어린 악의없는 욕찌거리를 해가며
어깨를 치고 얼싸안고 빙빙 돌다가
백세주 몇 잔으로 회포를 풀고는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다가
나무 밑에서 여름을 만끽하며 옛 얘기 꽃을 피운다.

바로 그 때,
드르워서 차 안 탔던 옛날 얘기가 나온다.
옳거니! 이젠 내가 얘기할 차례다.
"야들아! 느들 버스가 그렇게 타고 싶드냐?
조수새끼 드르워서 차를 안 타고 걸어댕겼으니
을매나 힘들었겠냐?
그 조수새끼 애기만 나오면 난 혼자 속 끓였다.
그 조수새끼가 바로 내 삼촌이다."

시원하다.
조수새끼 변호하지 못하고 끙끙대던 30년,
다 날려버리자.
드르워서 안고 있던 느들도,
자기 삼촌 욕하는 거 듣기 싫어 끙끙댔던 나도
세월 한참 흐른 지금
그냥 가볍게 웃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그래서 세월이 약이라 하는갑다.


 

댓글 3 추천하기        

                                  

 
임진호 03.06.19. 08:54
석자야! 너 글솜씨 정말 끝내준다. 옛날 학창시절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 작가로 등단해도 되겠다.
 
 
제천댁 03.06.21. 12:11
안뇽 너무재미있당 그 조수가 느그 삼촌? 너무진장 가슴이 가슴이 그래겠다
 
 
나수월이다 03.06.27. 19:24
야;석자야 나도그조수새끼 웬수갑을려고 찿고있었는디 느그진짜 삼춘이냐? 지금 잘살고 있다냐? 느그삼춘땜에 지각해서 맞은것 생각하문 캭그냥ㅎㅎㅎ내 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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