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 변경(變更)함
강생 일천이백십오년에 천주교에서 옛적 규례를 또 고쳐 말하되, '매양 성찬례를 행할 적에 신부가 축사(祝謝)하면 그 떡과 포도주가 곧 변하여 예수씨의 참 살과 피가 된다' 하니 이 말씀은 더욱 크게 그릇됨이라.
단정코 이런 이치가 없을 것이오.
설사 술과 떡으로 변하여 참 피와 살이 되면 그 살을 먹고 그 피를 마실 때에 반드시 깨달음이 있어 아프고 괴로울지니 예수의 제자 된 자가 주의 십자가 고난이 참혹함을 생각하여 마음이 이미 상하고 아프겠거늘 어찌 차마 그 혈육(血肉)을 먹으리오?
주의 은혜를 갚을 수 없어 항상 부끄러운 마음이 있거늘 어찌 차마 그 살을 먹어 주의 몸의 괴로움을 더하게 하리오?
이것은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음이니 곧 금수(禽獸)에 가까운지라. 이치에 합하지 못할 뿐더러 제자가 존경하는 스승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은 더욱 말할 수 없는 것이라.
천주교에서 이렇게 행함은 실로 성경 뜻의 위반됨이니 그 원인을 생각하건대 주교와 신부들이 홀로 사죄(赦罪)하는 권세를 잡아 자기를 스스로 높이고 교중 사람으로 하여금 다 그 수중에 잡히게 하여 생명을 간구하며 명령을 어기는 자는 곧 생명을 끊게 함이라.
우리가 성경에 기록한 바를 상고하건대, 예수께서 팔리시던 밤에 성찬례를 설립하셨으니 그 근본인즉 떡과 술로 주의 돌아가심을 표하여 문도에게 명하사 그 주병(酒甁: 술과 떡)을 먹어 주를 기억하여 주의 재림(再臨)하시기를 기다리라 하심이오, 조금도 떡과 술이 변하여 예수씨의 참 혈육(血肉)이 되는 일은 없나니,
이것은 크게 그릇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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