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발의 피
첫 휴가 나왔다가 귀대 후 첫 구보.
출발은 순조로웠고,
우렁차게 군가도 불렀다.
터닝포인트 지나서 광덕 삼거리 못 미쳐
다리가 꼬여서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몸이 따로 논다.
발바닥이 땅에 딱 붙은 것 같다.
선임하사 뛰어와 군장 메고
누군가가 소총을 들어줬다.
다리 한 번 풀리니 다 풀렸다.
명대교를 건너 간신히 들어왔는데
시간초과...
꼴찌가 됐다.
나 때문에...
따가운 눈총들...
"이누마 장골이네!"
아껴주던 갱상도 왕고참도,
바로 윗 선임도.
아래 후임 쫄다구들까지도
증오로 멸시로...
"휴가 가서 군기 쏙 빠지고 기름 끼었다"
그날 밤,
다른 사람 있을 때는 "같은 강원도"
둘이 있을 때는 울궈먹으려던
두얼굴의 백아무개 상병.
"어, 너 이 새끼 딱 걸렸어!"
완전군장에 목봉에 깔려
응용포복으로 연병장 축구 골대를
자정까지 왕복으로 기었다.
나말고 신세같은 또 하나 있어
선착순으로 기느라
군복 팔꿈치 무르팍 다 헤어지고
온 몸이 팔꿈치 무르팍으로 피범벅...
40년 지난 지금도
팔꿈치 무르팍 흉터 여지껏 보인다.
하지만 이건 새발의 피.
그 때 그것은 죄도가 아니었기에
그 때 받은 벌은 벌도 아니다.
차라리 애교스럽지 말이다.
장차 있을 거기 그곳은,
구더기도 죽지 않을 그곳은
꺼지지 않는 불구덩이 속에서
입 벌려 소리지르는 것 조차도
사치랄 수밖에 없는 엄청난 벌을 받는다
대충 살아버린 것
알면서도,
그걸 잘알면서도 그냥 산
그게 죄였으니까...
瓦片 朴榮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