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공(石工)
비지땀 흘리며
석공은 뙤약볕 아래
세월을 깎는다
새카맣게 그을린 구리빛 팔뚝
불끈불끈 솟아나는 젊은 근육은
능숙한 솜씨로 역사를 만든다
하지만 세상사가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님을 모르나
무심한 동작으로 돌을 때린다
망치 소리 크게 울려
정 닿는 곳마다
후두둑 후두둑 달아나는 조각들
밀고 다듬어
마무리 작업이 끝나
다 이루었다며 만족해 하지만
그 세월 헛된 것 다 부질없음은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어도 거기 생명은 없으니
흘러만 가는 자기 세월은 무엇으로 다듬으리요
생각하오, 예수 그리스도
정 대고 망치 치기 원하시오니
그 분께 온전히 맡겨 만들어지게 하시오
9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