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석공(石工)

솔석자 2018. 4. 30. 15:19


석공(石工)

비지땀 흘리며

석공은 뙤약볕 아래

세월을 깎는다

새카맣게 그을린 구리빛 팔뚝

불끈불끈 솟아나는 젊은 근육은

능숙한 솜씨로 역사를 만든다

하지만 세상사가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님을 모르나

무심한 동작으로 돌을 때린다

망치 소리 크게 울려

정 닿는 곳마다

후두둑 후두둑 달아나는 조각들

밀고 다듬어

마무리 작업이 끝나

다 이루었다며 만족해 하지만

그 세월 헛된 것 다 부질없음은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어도 거기 생명은 없으니

흘러만 가는 자기 세월은 무엇으로 다듬으리요

생각하오, 예수 그리스도

정 대고 망치 치기 원하시오니

그 분께 온전히 맡겨 만들어지게 하시오

9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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