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황혼(黃昏)

솔석자 2018. 5. 12. 06:47


황혼(黃昏)


주여!

시계 대용으로 세운 막대기

그림자 한바퀴 뺑 돌아

어느덧 해가 저뭅니다


처음에는 반대쪽에

그림자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땐 좋았지요 이슬처럼 맑았구요

예쁜 꿈들만 꾸고 살았었지요


그림자 안 보이던 때도 있었답니다

정오라 한 낮이었지요

힘은 펄펄 넘치고 일하기 참 좋았지요

오죽하면 그림자 생각할 틈도 없었겠을까요


이젠 눈까풀에도 힘이 없어 자꾸 아래로 감기고

맘은 한창인데 몸이 말을 안 듣소

후회한들 소용 없지요

무슨 염치가 있겠는가마는


먼지 수북히 덮힌 낡은 성경

벽장 속애 처박아 뒀던 바로 그 성경책 꺼내

흐린 눈동자 거기 박습니다

주님! 안녕하신지요 정말 오랫만이지요


웃지 마오 남의 얘기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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