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밀은 없다
우리 집에는 시계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비록 오래되기는 했지만 벽에 높다랗게 걸려서 아직도 힘있게 “땡! 땡!” 울려 너끈히 시간을 알려주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고장나지 않은 괘종시계와, 다른 하나는 고급은 아니지만 새 것이고 시간 또한 잘 맞는 탁상시계입니다.
우리 형제들은 누구랄 것 없이 이 두 시계를 아주 아껴서 서로서로 다투어 닦고 밥 주고 애지중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우리 형제에게는 네 분의 삼촌이 계셨거든요.
그 삼촌들 중 큰 삼촌이 우리 몰래 둘째 삼촌을 따돌리고는 다른 두 삼촌과 고모를 부추겨 지금 있는 시계를 버리고 새 시계를 사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는데 큰 삼촌이 작은 누나를 불러 하시는 말씀,
“얘! 너만 알고 있어.
요새 시계가 잘 안 맞는 것 같어.
팔아 치우고 새 시계를 살라구 하는데 넌 그런 줄이나 알고 있어.
네가 이쁘니까 알려주는 거여”라 하셨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나요?
누나는 혼자만 알고 있으란다는 얘기까지 덧붙여 식식거리며 우리에게 말해주었어요.
가만 있을 수 없었지요.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들 입을 모았습니다.
삼촌들과 고모가 새로 시계를 들여오기로 작정한 날, 우리는 그들을 찾아가 우리도 시계에 관한 일에 관심이 있음을 말씀드리고는 어른들의 행동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항의했습니다.
결국 새 시계를 포기했지만 기분들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분개했고, 어른을 몰라 본다고 서운해 하면서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삼촌의 위치, 고모의 위치를 포기할 것 같았습니다.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일 때문에 오히려 더 하나로 뜻이 잘 모아지는 듯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삼촌들과 고모에게 시계를 소개한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기가 막혀서.... 글쎄 그 사람이 옛날에 우리 모두가 존경하던 선생님이지 뭡니까?
그걸 알게 된 우리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도 선생님은 침묵하십니다.
“오핼세.”
아니면,
“그거 바꿔야 될걸?” 이라든가,
아니면 다른 어떤 입장 표명이 있을법도 한데..... 비겁하다 싶기도 하구요.
어쩌면 헌 시계 그냥 고수하는 우리가 나쁜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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