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늘을 목 놓아 울랴
오천 원짜리 위조지폐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화폐에는 위인들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천원짜리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초상이,
만원짜리 지폐에는 세종대왕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우리의 생활수단인 화폐에 위인들의 초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을 기리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인들은 당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불명예스런 수난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정과 비리문제로 시끄러울 때 세종대왕께서는
과학의 발전의 산물인 컴퓨터그래픽에 의하여
전직대통령의 얼굴로 잠시 매스컴에 선을 보이기도 했고,
분장사로 변한 악동들의 심심풀이 소일감으로
얼굴에 덕지덕지 개칠로 흉악한 모습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초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대충은 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의 보도는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오천 원짜리 지폐에는 율곡 이이 선생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취재기자가 진폐(真幣)와 위폐(偽幣)의 구분법을 알려줄 때
왼편에 희미하게 초상이 비쳐야 진폐라고 하였더니 왈,
“그 안에 웬 영감 얼굴이 있는 줄 누가 알았겠소”한다.
그 영감이 누군가? 지금 이 나라가 있게 한 위인인 것을…
그를 탓할 수는 없다. 먹고 살기 바쁘면 그럴 수도 있겠지.
허면, 남미 사람들 대통령은 몰라도 축구선수들은 잘 아는 것과
조부모 몰라도 연예인 줄줄 꿰는 우리네들과는 어떻게 다른가?
혹시 화폐에 그려진 위인들이 밀린 모델료와 함께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광고주는 누구며 심리는 또 누가 맡을까?
너나 할 것 없이 제 몫 챙기느라 바쁜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