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負債)
진종일 돈 헤아리는 재미로만 살았습니다
금고 속 채곡채곡 쌓는 게 낙이었습니다
쌀 한 톨 동전 한 닢에도 벌벌 떨었지요
그게 사는 건 줄, 그거 없으면 죽는 줄 알고
가진 자의 자족함으로 저 잘난 맛에 말입니다
받을 빚 셈하면 그렇게 괘씸할 수 없다가도
남 줄꺼 생각나면 왜 그리도 아까운지
그렇게 손이 안으로만 오그라지던 어느 날
내 금고 속 그 많은 돈 다 가지고도
못 갚을 엄청난 빚이 불현 듯 생각났습니다
난 몇 푼 안 되는 그 잘난 돈으로도
못 받아 식식대고 탐욕으로 고리를 뜯는데
억만금 돈으로도 못바꿀 귀한 생명 주고도
가치없는 날 대신하여 비싼 값을 치르시고도
생색 않는 채주가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값없이 내 엄청난 빚 탕감받던 처음 그 날의
감사와 기쁨의 은혜를 저바리고 미쳐 살더니
세상 재물에 푹 빠져 탐욕으로 살았더니
내 인생 내가 사는 것인 줄 알고 살았더니
이제껏 기도로 내 이자를 물어 살리셨습니다
"나 너를 위하여 생명을 주었건마는
넌 지금 나를 위해 무엇을 주려느냐
한 번 죽어 족해도 난 매일 죽는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더니
이제 돈 줄 놓으니 눈까지도 밝히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