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빚(負債)

솔석자 2018. 5. 20. 07:33


(負債)

 

진종일 돈 헤아리는 재미로만 살았습니다

금고 속 채곡채곡 쌓는 게 낙이었습니다

쌀 한 톨 동전 한 닢에도 벌벌 떨었지요

그게 사는 건 줄, 그거 없으면 죽는 줄 알고

가진 자의 자족함으로 저 잘난 맛에 말입니다


받을 빚 셈하면 그렇게 괘씸할 수 없다가도

남 줄꺼 생각나면 왜 그리도 아까운지

그렇게 손이 안으로만 오그라지던 어느 날

내 금고 속 그 많은 돈 다 가지고도

못 갚을 엄청난 빚이 불현 듯 생각났습니다


난 몇 푼 안 되는 그 잘난 돈으로도

못 받아 식식대고 탐욕으로 고리를 뜯는데

억만금 돈으로도 못바꿀 귀한 생명 주고도

가치없는 날 대신하여 비싼 값을 치르시고도

생색 않는 채주가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값없이 내 엄청난 빚 탕감받던 처음 그 날의

감사와 기쁨의 은혜를 저바리고 미쳐 살더니

세상 재물에 푹 빠져 탐욕으로 살았더니

내 인생 내가 사는 것인 줄 알고 살았더니

이제껏 기도로 내 이자를 물어 살리셨습니다


"나 너를 위하여 생명을 주었건마는

넌 지금 나를 위해 무엇을 주려느냐

한 번 죽어 족해도 난 매일 죽는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더니

이제 돈 줄 놓으니 눈까지도 밝히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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