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죽음 앞에 숙연해져 옷깃을 여미며... 2

솔석자 2019. 4. 17. 23:36
죽음 앞에 숙연해져 옷깃을 여미며... 2

어디 쯤에서 역사는 시작되었는가?
해 길어지고 노곤해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언덕 위로
게으른 소 누운 등허리 같이
봄은 그리 굼시렁대는데

시간이 없다는 게 무슨 소린가?
이거 정신나간 사람 아니냐고 일축하고는
사람들은,너무 똑똑해져 버린 사람들은
역사가 언제 시작되었건 그게 무슨 상관 있느냐고
그저 나 잘난 맛에 살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하면서
진지하면 오히려 농담으로 받는다.
농담으로 알았더라? 언젠가도 그런 때가 있었다던데...

휘-익
머리칼을 쓸어 날리며
불어친 한줄기 바람이 가는 곳 어딘지 모르듯,
언젠가는,그 언제인가는
자기도 알지 못하는 새
저들도 바람같이 날아갈텐데...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섬을 보는 때
그 때가 언제인지 우린 확실히 알지 못해도
바람이 서늘 불고 한기가 뼛속으로 스물거리면
생각하십시요.
혹 지금이 그 때는 아닌지...

아! 우리 허탄한 것 바로 그것을 버립시다.
거기에 생명을 갉아 먹는 동록이 있음이니...
어쩌면 우리가 좋아라 하는 모든 것이
배설물을 들고 다니듯 헛된 것일지도 모르는데...
<솔석자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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