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도마의 고백

솔석자 2019. 4. 17. 23:41


도마의 고백


솔직히 난 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잘 안다고 큰 소리도 쳤지만

실상은 몰라 막연할 때가 많았습니다

알 듯해도 애기하라면 모르는거 있죠


그는 날 알되 나보다 더 잘 알았습니다

모르지 싶은데 어찌 그리도 잘 아는지

속속들이 알알이 알아 내 생각 앞서서

내 속의 그릇됨과 죄악을 바로잡습니다


못보아 만질 수 없다 믿지 못하는 나를

보게도 하고 손 내밀어 만지게도 하더니

믿게 된 내게 보지 않고 믿는 게 복이라며

안 보이는 그 길을 보는 듯 걸어갔습니다


우리도 그 뒤를 따라서 보는 듯 걸어가면

언젠가 다시 걸어오는 그를 만날 것입니다

 

-솔석자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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