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고백
솔직히 난 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잘 안다고 큰 소리도 쳤지만
실상은 몰라 막연할 때가 많았습니다
알 듯해도 애기하라면 모르는거 있죠
그는 날 알되 나보다 더 잘 알았습니다
모르지 싶은데 어찌 그리도 잘 아는지
속속들이 알알이 알아 내 생각 앞서서
내 속의 그릇됨과 죄악을 바로잡습니다
못보아 만질 수 없다 믿지 못하는 나를
보게도 하고 손 내밀어 만지게도 하더니
믿게 된 내게 보지 않고 믿는 게 복이라며
안 보이는 그 길을 보는 듯 걸어갔습니다
우리도 그 뒤를 따라서 보는 듯 걸어가면
언젠가 다시 걸어오는 그를 만날 것입니다
-솔석자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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