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전상서
가슴 펴고 당당히 서고프시던 야망
반 쯤 앉은 자세로 허리 구푸려
발돋움하는 아이들 눈높이로 맞추오시고
더 멀리 뛰고 싶으시던 끝없는 열정
절제하며 종종걸음 걸으사
꿈나무 아이들 발 맞추오시며
한 세월을 사셨습니다
눈 감았다 뜬 듯한데 이십 여개 성상 흘러
여전히 선생님 저고리 윗 주머니엔
멋들어지게 정열의 붉은 장미 치프 꽃혔어도
흰 머리 잔 주름에 머리카락 많이 여의셨사오매
머리 검은 짐승은 은혜를 모른다는
속담은 불충을 꾸짖어
속으로 속으로만 눈물 지옵니다
아이들 눈높이로 인고의 세월 사셨으나
이제 그 세월 훌쩍 뛰어넘어 대견스레 장성한
제자들의 눈높이로 찬란하게 빛나소서
-고 임병익 선생님을 추모하며-
97년 스승의 날에 드렸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솔석자 박 영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