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을 의원이 마지막으로 전도 차로 나감.
일천팔백 구십사년 십월초팔일에 자기 친구 석의사에게 한 편지
우리가 평안히 이곳에 득달하는데 역로에 아무 연고없이 왔사오며, 역로에 군량 가지고 다니던 죽은 말과 짐승들이 많이 있사오며, 여러 촌이 다 비었더니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시작하였으며, 군중으로 지나오는데도 수고하지 않고 왔사오며, 황주서 회정하는 일본 군대를 만나보았삽고, 그곳에 사로잡힌 자 사백오십명이 있더이다.
중화에서 규탐병 칠인이 청국병에게 죽음을 받아 그곳에 장사한 무덤을 보았사오며, 평양서 십리 쯤 청인의 시체 하나가 길에 반쯤 묻힌 것을 보았나이다. 지금은 전쟁하던 성에 이르렀나이다. 전쟁은 구월 십사일에 되었사오나 큰 싸움은 십오일에 된지라. 전장에 나아가 보오니 죽은 자들이 여기저기 있어 혹은 묻히고 혹은 그저 있어 그 악취는 가히 헤아릴 수가 없고, 그 참혹한 형상은 일필난기(日筆難記:내용이 복잡하거나 너무 길어서 간단하게 기록할 수 없음)하오며 청병은 일만 사백명이요 일병은 일만명이라.
대영 미국에서 나아온 소문기재관을 만나보았사오며 우리가 그들을 일차 심방하여 석반(夕飯)을 대접코져 하나이다. 그들도 고생하나 보외다. 마목사의 물건은 다 없어지고 량식까지 없어져 리목사와 마목사가 나와 함께 있나이다. 나는 잃어버린 것이 없고 신도 오서방의 집을 약방으로 썼는데, 그 집 문창만 상할 뿐이요 다른 것은 다 무사하며 우리 신도들도 다 무고하고 주일 예배를 두번 보았나이다.
모든 형편을 보기에 우리가 류할 수가 있을 듯하외다. 청인은 본국으로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으며, 일병은 의주로 들어간다 하나이다. 일본 사람 상한 이가 있는데 나를 청하여 함께 보자 하나이다. 성안이 다 비었더니 지금 한국인이 도로 들어오기를 시작하나이다. 이제는 우리 일에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아나이다. 하나님의 언약을 가졌으며 하나님께서 윤택지대를 만들어 주셨으니 열매가 많이 맺히겠나이다. 우리 일로 의론컨대 이 때가 좋은 기회를 얻은 때올시다. 우리가 이곳에 왔사오니 기쁘오며 주 보호하시겠나이다.
시월 십칠일에 쓴 편지
이곳에 지금 같이 전도 일하기 좋은 때가 없었나이다. 여러 가지 군축과 고초가 언짢은 것은 단련하여 내치고 금만 남아 있어 참 반석에 우리가 섰사오니 찬송하리로다. 밤마다 매우 재미있게 모여 예배하나이다. 우리가 이 때에 내려온 것이 마땅하오며 기쁘외다. 일년이 되기 전에는 찬송소리가 저주와 돌팔매를 받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좋아하나이다. 한국 사람이 아직도 많이 들어오지 아니하였어도 늘 더 들어오고, 근방 사람들이 들어오고 책도 사고 복음을 재미있게 듣는 것을 전에는 별로 보지 못하였나이다.
청병이 있을 동안에 우리 신도들이 밀가루를 만들어 팔아 호구지책을 하였으나, 주일이면 가게문을 닫고 매매치 않나이다. 어려운 중에도 신도들의 신실함을 보오니 내 마음이 과연 기쁘외다. 그들이 과연 그리스도의 용맹자들이라. 지게를 지고 나무와 물을 길어다가 먹사오며, 창식씨가 본이 되오니 량반지심이 다 없어지오니 주를 찬송할 것이외다. 매일 총에 맞은 병인이 많이 모이나이다. 모든 것이 다 흥왕하는 모양이오 뜻외에 무슨 일이 있을른지 알 수 없거니와, 지금은 다 조용하오니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자기 영광 나타내기에 합동케 하심을 축원하나이다. 얼마 오래 류할른지 형편대로 하겠나이다.
마목사께서 기록하신 말씀이라.
청인신문을 보시는 이들은 다 허을 의원이 내지에 전도 일 시작한 소문은 다 자세히 들으셨사오니 그가 마지막 주를 위하여 행하심을 듣고져 하실 듯하외다.
그가 경영한 대로 우리 삼인이 합전한지 이십일 된 후에 평양에 득달하여 한 달을 넘어 있어 놀란 한국 신도들도 안위시키고 모든 일을 돌아볼쌔, 복음을 전파하며 병인을 고치는데 허을 의원은 밤낮 병인 보기로 바쁘고, 그 신도를 인도하며 분별하여 학당도 개학하고 밤마다 예배로 보며 원입인 륙인을 상고하여 사인은 세례를 베풀었으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은혜로 특권을 주사 이러한 일을 죄와 마귀에게 매인 성 중에서 마지막 행하게 하심이라. 그 주일에 그가 지극히 즐거워 찬송함은 주께서 이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증거를 보이신 연고라.
그 후에 오래지 아니하여 심력과 신력을 많이 쓴 표가 나며, 여러 번 전장에 좋지 못한 공기와 썩어져가는 짐승과 사람들이 너무 많은고로, 악독한 독기의 해를 받아 열증이 우리 중에 있더니, 의원에게도 열증이 깊이 든지라. 일본병정 발왕선으로 상경하기를 예비하고 허가를 얻어 대동강에서 백여리를 넘어 내려가서 화륜선에 오르니, 륙백여명 병든 군사를 실어가는 배라. 그 병정 중에 이질과 열병이 많이 있는지라. 인천까지 무사히 득달하매 의원이 열증이 없어진 것 같더니 하루를 류하여 경성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 다시 열증이 나는지라.
적은 화륜선을 기다려 타고가는데 강화섬 맞은 편에서 반석에 부딪쳐 배가 파선할 뻔하였고, 배를 띄우려고 아무리 힘써도 할 수없어 의원을 옮겨 해변으로 내어다가 대한 배에 태우고 개벽에 떠나 이튿날 서울에 득달하고, 집에 와서 부인과 의원의 간호함으로 회생할 줄로 여겼더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십일월 이십사일에 천당복락에 들어간지라.
한국에서 일한지가 오래지 아니하여 불과 삼년이로되, 이와 같이 천당에 들어가게 된 이가 또 없을 것이요, 그의 위인모충의 상으로 하나님께서 더 높고 영화스러운 소임을 주시려고 부르신 것 같더라. 우리가 떠날까 하며 염려하되 오히려 자기는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고 말하되, "내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집을 떠나고 평양으로 부르신고로 서울을 떠났으니 다른 곳으로 부르실지라도 감수기책(甘受其責)으로 가리라" 하더라.
그는 믿음이 온전하고 사랑이 많고 겸손한 자라. 그의 기도는 우리를 감동케 하며 한국인을 사랑함이 많아, 한어는 능통치 못하나 사랑으로 사람을 천국으로 들어가게 하며, 만나는 자마다 감복함이 많으며, 항상 내외국을 막론하고 아해들을 사랑하며 이 아해들의 리익을 항상 생각하여 평양에 교회를 설립할 때에도 교사 한 분을 구하여 학교를 설립지 않고는 흡족히 여기지 아니하는 즈음에 마침 학교를 설립하여 아해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더라. 그 아해 중에 하나는 제 부모를 권면하여 귀신을 버리고 참 신을 섬기게 함을 보고 심히 기뻐 이 아해를 교회에 들어오게 하니 이외에 더 큰 락을 주께서 주시지 못하겠더라.
허을 의원은 신실한 신도자인 줄을 알고 참 사람으로 남을 선대하며 함께 일하는 자에게도 복이 되었고 한국인에게도 복이 되었으며, 한국에 그리스도 교회 설립하는데 유익이 되었고, 내가 평양에서 친밀히 사귀어 그 일하는 것을 다 알고 그의 충성과 덕행의 주의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깊이 사랑하는 것을 능히 증거하겠고, 하나님께서 이러한 선교사를 많이 보내어 주시기를 바라노라.
함께 수고하던 부인께서 회국하시려 하니 우리의 기도와 위로가 그와 함께 하고, 또한 속히 돌아오며 잘 시작된 일을 또 하시기를 복축하는 것이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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