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나들이

솔석자 2018. 4. 29. 22:07


나들이

 

열 두 살 아이는 세월을 낚는다

뭘 알면서 그러는 건지

햇빛 받아 길어진 그림자에 으쓱해

아빠! 나 크지?”하고 폼잰다

 

제딴에는 철든 척, 다 아는 척

옛날에는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조가비 같은 돌 날려 수제비 뜨고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면서

엉거주춤 숙제 못다 푼

우거지상 아빠의 어깨를 친다

아빠! 갑시다

 

아이는 오늘따라 훌쩍 커 보인다

대견해 하며 작아지는 내가 옮겨가는지

9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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