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懷想:가슴에 품은 생각)
초등학교 4학년 쯤이지 싶어
내가 살던 마을에 광산이 하나 있었거든
벼라별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들었지
사고를 치고 숨어 들어온 현상 붙은 사나이,
내게 하모니카를 배워 준, 아는 게 너무 많던 멋쟁이
될 대로 되라 인생 종 친 것처럼 막 사는 것 같은 사람
텃세 하는 친구 삼촌을 뜸물통에 거꾸로 쑤서박은 어깨
연애편지 심부름을 시켜 혼줄나게 만들었던 꺽다리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각색의 사람들이 들고 나곤 했어
그중에 기억에 남는 인상 싶은 일이 있었걸랑?
어스름 저녁에 일 마치고 돌아오던 노동자가
우리 집 마루 끝에 걸터앉아 대포를 마시더니
젓가락 장단을 치며 울면서 찬송가를 부르지 않았겠어?
그것이 꼭 찬송가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혀 꼬부라진 소리에 예수님이 많이 나오더라구
그 후로 그 사건은 나를 심심찮게 괴롭혔었어
'뭐하던 사람인데 여기까지 와서
술에 취해서 울며 찬송가를 부를까?'
세상과 하나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어쩔 수 없이 세상을 향한 데마처럼
식어가는 자기의 사역의 끝자락을 잡고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그러면서 한바탕 신세타령으로 우는 것일까?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랴
지금은 한 순간의 좌절을 이겨 반석에 굳게 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