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봉천(奉天)

솔석자 2018. 5. 12. 14:46


봉천(奉天)


오일장(日場) 열리는

시장 바닥 어슬렁대다

싸구려 난장에서

싸구려 벙거지를

하나 샀습니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깡통만 들면 영락 없는 걸뱅이

감히 하늘 볼 염치 없어

벙거지 눌러 써 위안 삼겠다는

무책임하고 낯 간지러운 처신


네가 어디 있느냐 부르실 때

나무 뒤에 숨었던 일 생각 나

찬비 뿌리는 하늘을 향해

맨 머리로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받습니다


행위로 내 죄 깨끗해 질 순 없지만

진득허니 하늘로 받들어 섬기오리다는

둔한 자의 마음먹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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