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돈
돈이 돈이어야 하는 이유가 돌고 도는 것이기에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돈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유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약속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틀림없을텐데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서서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지배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하나님이 모세를 통하여 주신 십계명(十誡命) 제 일에,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고 하셨고
이어서 제 이에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우상이라는 얘긴데,
세상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기독교인들 중 일부의 사람들 역시
하나님만을 공경한다고 하면서 돈, 즉 물질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듯 보여집니다.
돈이면 그냥 돈이지 ‘복돈’이 따로 있겠습니까마는
며칠 전 어느 가정을 심방했을 때 세종대왕을 모델(?)로 섭외(涉外)한
일만원권 지폐가 커다랗게 확대되어 밑에 작은 글씨로
‘복돈’이라 표시된 채로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성화(聖畵)가 걸려 있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신앙을 다짐해야 할 그 자리에 위치한 그 ‘복돈’이 말입니다.
심방하는 사람의 마음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을
좌불안석(坐不安席,가시방석)이 되게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마음 역시 씁쓸하시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다 하지만 말 뿐인 신앙,
여전히 예수님을 대문 밖에 기다리시게 하는 것은 아닌지요(9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