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하나님의 뜻)
1
“동생을 팔았습니다.
까짓거 뭐 시원합디다.
앓던 이 빠진 것이 이보다 더 시원할라구요.
그 녀석 허구헌날 꿈만 꾸어 댔지요.
아예 즈 형들 염장을 지르지요.
무슨애기냐구요?
글쎄 들어보십시요.
툭하면 아버지한테 형들을 고자질해서는 형들을 혼나게 하지요.
아버지는 그 녀석 늙으막해서 보신 아들인지라
그냥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마냥 좋아하십니다.
어느 날은 꿈을 꾸고는 한다는 소리가,
'밭에서 곡식을 묶고 있는데 형들이 묶은 단이 내 단을 둘러서서 절을 하지 뭡니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뿐입니까?
한 술 더 떠서는 아버지 어머니마저 가볍게 알지요.
어느 날은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꿈 얘기를 하는데,
'해와 달과 열 한 별이 나한테 절을 했어요'
하더라구요.
나 참 기가막혀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기 형제들에게 절을 받는다니요.
제 이름은 유다입니다.
우리 아버지 야짜 곱짜 쓰시는 분의 넷째 아들이지요.
어쨌든 형제들이 다 그 녀석을 미워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가 들에서 양을 칠 때 그 꿈쟁이를 큰 형이 마른 우물에 넣어 두었던 것을
제가 상인들에게 은 스무 개에 팔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셨다니요?
그 꿈쟁이는 애굽의 총리 대신이 되어 온 땅에 큰 흉년이 들어
우리가 식량을 사러 갔을 때 우리의 절을 받았지요.
동생을 판 일로(속이긴 했지만) 아버지 눈에 눈물나게 한 것으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았는데
거기서 동생을 만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 내 죄입니다.
내 책임을 지고 싶었는데 그 녀석은 너그럽게도
'형님,이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라며 끌어안고 울더군요.
부끄럽지만 나는 다윗과 예수의 조상이 되었지요. 우리 하나님은 산 자의 하나님이시지요. "
2
"선생님을 팔았습니다.
뭐 그렇게 부담을 느끼지도, 남들 눈치 볼 것도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선생님도 다 아시고 계시던데요 뭐.
무슨 비방이 있으신 것 같더라구요.
'너희 중에 누군가 나를 팔게다'
하시면서 또 나를 지적하시고
'네 할 일을 빨리 시작해라'
하고 꼭 그러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씀하셨거든요.
아!
보셨잖아요?
우리 선생님 능력 많으신 것, 굳이 말로 할 것 있습니까?
지난 삼년 간 따라다니면서 본 것이 그것인데요.
죽은 사람 살렸지요.
떡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이나 먹였지요,
열 두 광주리나 남았지요.
그 뿐입니까?
풍랑 이는 바다를 보고 '잠잠하라'
하시니깐 두루 바닷물이 잠잠해졌잖아요?
그래서 나도 시작했습니다.
민족을 해방시키려면 좀 화끈해야겠다 싶었구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건 왠지 시원치가 않아 보였거든요.
자극을 받으면 좀 실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더라구요.
능력으로 사슬을 끊고 까짓거 바로 로마로 쳐들어가면 어떨까요?
그래서 은 돈 삼십 냥에 팔았습니다.
그랬는데 선생님은 그냥 힘 없이 잡혔어요.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요.
그리고는 사형을 선고받았지요.
진짜 이게 아닌데요.
하나님의 계획이 죽이는 것이었던가요?
그래서 돈을 물리러 갔는데 안된데요.
이 돈 하나님 받으실지 모르겠지만 성소에 던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목을 메었습니다.
내 이름은 유다입니다.
가룟사람 유다,
지금 나는 지옥에 있습니다.
회개하지 못하고 몸 된 전을 헐었거든요."(9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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