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랍속 사금파리

당신은 누구십니까?

솔석자 2019. 4. 12. 11:49

당신은 누구십니까?

 

지는 해 같은 세상 보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뒤에 남은 날들 동안 먹어치웠던 빈 밥 그릇 세며

하루 이틀 그냥 시간 보내는 것처럼만 보이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온 몸은 이미 함초롬히 상한 비에 젖어 생쥐마냥 애처로우면서도

진흙탕물에 발 빠질까 걱정하며 동동거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돌격 앞으로!’ 하고 전투 명령을 내려 놓고도

막상 자기는 뒤에 숨어 행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런 일은 나도 할 줄 안다,

피투성이가 되어 밤새 전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하급자의 무용담(武勇談)을 들으면서 격려하고 칭찬하지는 않고

입을 삐죽거리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들은 하루 한끼 먹는 것도 행복입니다라는

처절한 보고를 받으면서도 나와는 상관 없는 동화처럼 들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거룩한 백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할 수 없어하고

고통당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가면서도

기도시간에 감사! 감사!’를 연발할 수 있는

특수한 양심을 가진 당신은 누구십니까?

 

지난 6일간의 죄를 회개하고 또 죄에 살고 또 회개하는

바리새인의 신앙이 아닌 다음 6일간의 삶을 기도로 설계하며

희망찬 감사의 주일을 사는 당신은 대체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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