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숟가락 알기를…★
주일 오후, 대 예배 후 서둘러 떠난 바깥 나들이.
열린 차창으로 서둘러 들어오는 새봄의 싸하게 아린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국도를 달리다가 떠오른 생각,
‘친구는 숟가락과 같다...?!?!?!?’
‘웬 숟가락? 엉뚱하긴’하고 자신을 향해 실소했지만,
그 짧은 소견, 잠깐의 생각은 하루 종일 지워지지 않고 따라 붙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그 짧은 생각이 주인 행세 하며 ‘그렇지 않느냐?’고 협박조로 다그칩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아, 그 이야기를 좀 하려 합니다.
며칠 전, 마감을 앞둔 작업이 있어서 조용한 곳에서 마무리지으려 고향에 갔다가
시골 휴게소 옆에 딸린 작고 운치있는 민속찻집(名叫‘雲住山房’)에 들러,
조용한 분위기에서 일을 마감짓고는 오랜 벗님네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서로가 서로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친구’,
‘아무 이유 없이 불현듯 생각날 때 만나서 회포를 푸는 사이였으면 한다'는 생각에
의기투합하여 훗기약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훗기약의 그 날,
약속한 자리에 한 친구는 갑자기 처가에 상을 당하여
연락 취할 경황도 없이 급히 먼 길 떠나 없고,
아쉬운 대로 남은 이들끼리 저녁을 보내게 되었는데,
간만의 해후, 무성한 이야기들 -사실 여자나 남자나 만나면 쓸데없는 수다가 한 바가지라지만-
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던’ 시간, 우정 듬뿍 담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저 잘난 맛에
착각하며 살다가 마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세상을 보노라면 그것이 사실이다 싶기도 하구요.
열심히 앞만 보며 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고는
‘내가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뛰었는가?’ 하고 허탈감에 빠진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마음의 병이 든 것입니다.
이 병은 의사가 고칠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슬그머니 숟가락 이야기를 꺼내렵니다.
밥을 먹을 때 우리는 손으로 집어 먹지 않고 숟가락으로 먹습니다.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마구 집어먹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떠나서 즐거운 점심시간을 당하여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난감한 현실을 경험한 사람,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어 본 사람은 숟가락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숟가락은 밥을 먹을 때만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배가 부르면 생각나지도 않는 것,
나중에는 어찌됐든 포만감을 느끼는 순간에는 사용한 숟가락을 씻기도 귀찮아진다는 것입니다.
숟가락 알기를 친구처럼 한다면,
나를 위해서 자기를 남김없이 빨리는,
그러면서도 생명이 있다면 그 일로 즐거워할 것같은 숟가락.
한 번 쓰고 버리고 쓰여지고 버림받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소중해 하며 아낄 수 있는,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얼마나 소중한지요.
돌아오는 길, 가슴에는 고마움이 한 보따리였습니다.
숟가락 같은 친구들, 또 친구같은 숟가락 생각에…….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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