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도 사랑이 그립습니다
“난 말이지요, 이 동네 헷족속 여편네들 때문에 사는 게 넌덜머리가 나고 지긋지긋해 죽겠어요.
영감! 작은 며느리만큼은 우리 친정 집 쪽에서 들여 오는 게 좋을 것 같으니 야곱을 그리 보내도록 합시다.”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리브가는 쌍둥이 두 아들 가운데 큰아들 에서보다 작은 아이 야곱을 더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남편 이삭이 큰아들에게 축복하겠노라면서 사냥하여 고기를 요리하여 가져오라 했을 때 그 말을 몰래 듣고 작은아들이 축복기도를 받도록 교묘하게 일을 꾸몄습니다.
리브가는 몹시 불안합니다.
큰아들이 동생을 원수처럼 생각하고 그를 죽이리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는 예전의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성실하고 고분고분 착해 보이던 에서가 아닙니다.
꼭지가 돌아가도록 술을 퍼마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흠뻑 취하여 주정을 합니다.
“야곱, 이놈!
아부지 땅 속에 들어가면 널 죽이고 말겠다.”
큰 아이는 어미의 욕심 때문에 의(義) 상함으로 잃었는데,
작은 애는 제 형한테 죽게 된다면 졸지에 아들 둘을 잃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이 불행을 막아 볼 요량으로 이제 남편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비뚤어진 에서의 마음은 작은 아들을 편애하여 자기를 속인 어머니는 물론이고,
큰 눔, 작은 눔 못 가린 아버지도 원망스럽습니다.
밥상머리에 함께 앉는 것도,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도 꺼려합니다.
그래서 부모님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합니다.
그러던 중에 어머니가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헷족속 여자들한테 넌덜머리가 난다고? 그거 잘 됐군’.
에서는 고의로 부모님이 싫어하는 가나안 족속의 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서는 부모의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큰아들의 겉도는 불만과 침묵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를 위로할만한 어떤 묘책도 없어 멀찌감치서 덩치 큰 애물단지를 아픈 마음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이삭의 가정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닐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장남들은 회개하지 않은 집안의 탕자로서,
집을 나가 허랑방탕했다가 돌아와 극적으로 환영을 받은 동생을,
‘자기 몫챙겨 창기와 나누어 먹고 내 재산 노리려 돌아온 도둑놈’으로 미워하는 그런 몹쓸 형으로 비춰집니다. “내 것이 다 네 것이 아니냐”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음에도,
“날 위해서는 친구들하고 먹으라고 염소새끼 한 마리 안 주시면서”
하면서 시샘하는 속좁은 아들로 비춰집니다.
아십니까?
다 저문 겨울날 저녁상,
어둠침침한 방에 등 구부리고 늙은 아버지와 겸상하여 아뭇 소리 없이 숟가락질을 하는 큰아들의 모습을….
무능함과 푸대접 받는다는 자격지심으로 늘 볼이 부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바보처럼 속는대도,
당연히 자기 몫이 되어야 할 것까지도 약삭빠른 동생들한테 다 빼앗긴대도,
그에게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맏아들다운 듬직한 가족 사랑이 있습니다.
속이고 죽을까 두려워 목숨 아껴 도망친 동생을 세월 흘러 뜨겁게 가슴에 안았던 에서처럼 그들에게도 늘 동생을 다정하게 안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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