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못 속여
“있잖아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거든요?
아저씨 우편물은 이상하게 매운 것 같아요.
왜 그렇지요?”
며칠 전, ‘예수사랑’ 쪽지를 보낼 때가 되어 우편물 취급소에 들렀을 때 ,
눈이 크고 곱상한 우편물 취급소 아가씨가 정말 궁금했다는 듯 물었습니다.
남이 들으면 그 말이 그리 우스운 말이 아닌데도, 한바탕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말이죠? 내 직업이 고추방앗간 주인이거든요.”
그랬더니 그 아가씨는 ‘아하!’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아가씨의 느닷없는 그 말은 점점 식어가는 듯한 선교에 대한 열정에
다시 작은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문서 작업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작업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직업 상의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하는 일이기에
늘 쪽지 뭉치와 편지봉투에는 고춧가루가 벌겋게 올라앉곤 합니다.
입으로 훅 불거나 손으로 털어 내지만,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대단히 죄송 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머리에서 발끝 할 것없이 온 몸이 고춧가루 투성이인지라 주보를 접고 봉투를 쓰고 붙이는 발송작업을 할 때 내용물에 묻은 고춧가루가 여러분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쪽지를 읽으면서 눈물이 나실 경우가 있다면,
그 눈물이 고춧가루로 인한 생리현상인지,
예수사랑으로 인한 성령현상인지 잘 분별하시기 바랍니다.
후자(後者)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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