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랍속 사금파리

깨우침을 위하여 매를 드심이여라(97.11.23)

솔석자 2019. 4. 14. 06:56

깨우침을 위하여 매를 드심이여라

 


수수깡 줄줄이 내리엮고

진흙 이겨서 꼼꼼히 메꾸어

정성(精誠)담겼을 흙집

세월(歲月) 한참 흐른 오늘

낡아 기울어지는 흙벽

헐어 새로이 단장(端裝)을 한다

 

손볼 데 많아 엄두 나지 않아 이런저런 핑계 대며 젊은이들

미꾸라지 빠지듯 다 빠져나가고 어른들이 말씀 없이 연장을 드신다

말만 앞서고 행동(行動)따르지 않는 우리도

언젠가 어르신네들 서신 거기 꼭 설 텐데

그 때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 건가

 

묵묵히 본()을 보여 실물교수(實物敎授)하는 그 분들처럼

흉내만이라도 그 모습들 닮을 수 있다면 좋겠네

찢어지게 가난했어도 콩 한 쪽도 나눌 인정(人情) 있었다

입모아 어른들 개탄(慨嘆)하는

부요(富饒)하여도 삭막(索寞)한 세상(世上)

먼 훗날 또 그렇게 늙어 탄식(歎息)으로 이어 물려주고 말건가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이 가진 듯하면서도 오히려 가난하고

맹꽁이 형상 잔뜩 입고도 추워 떨며

한입 가득 물고 허기지며

이 사람 저 사람 우글대며 북적대는 가운데서도 고독(孤獨)해 못사는

흉악(凶惡)한 세상(世上) 이대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순 없는가

 

멸망(滅亡)이 아닙니다 저주(詛呪)도 아닙니다

오히려 복()이요 꿇어 감사(感謝)합시다

처음에는 잘 지었으나 세월(歲月)이 흐르며 헐어지고

낡고 퇴락(頹落)하여 빛바랜 우리들 심령(心靈)속 골수(骨髓)

흔들어 뽑고 무너뜨리고 헐어버리고 파괴(破壞)한 다음

그 자리에 완전(完全)하게

새롭고 튼튼하고 정직(正直)하고 분명(分明)한 것으로 세우라시는

우리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애틋하고 자상(仔詳)한 배려(配慮)이심을 깨달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