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랍속 사금파리

죽은 것 같아도 살았네(97.12.07)

솔석자 2019. 4. 14. 07:03

죽은 것 같아도 살았네

 

금이 나온다.

오랜 세월 장롱 속에 틀어박혀 있던 보물 중에 보물이 드디어 햇빛을 본다.

이젠 끝장이라고,

남 잘되는 것 눈뜨고 못 보는 심보들,

어떻게 하면 삼킬까 눈독들이던 열강들 입 모아 파산하여 망했다고 술렁거리고 떠들었는데,

잠자던 사람들, 꿈처럼 막 살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나라가 있음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애국심으로 차가운 가슴에 불을 지피고

뜨거운 머리를 식히기 시작했다.

 

나라를 살리자며 금모으기 운동이 일어났다.

세계에서 금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

부유함의 대명사,

결혼하면 이것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결정지어지는,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는 것,

자랑하고 싶지만 함부로 자랑할 수도 없는 것,

그래서 속담에 집에 금송아지 있다고 해도 안 믿는다고 했다.


바로 이 금을 모아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들이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효부상이었는가보다.

문중(門中)으로부터 받았던 것이라면서 아주머니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황금 행운의 열쇠 두 개를 가져왔고,

아이들 백일, 돌반지, 자신들의 결혼예물을 가져온 부부도 있었고,

야구선수인 아들이 상으로 받은 황금 기념품을 가져온 아버지,

나라가 어려운데 어찌 가만있겠느냐며 금뱃지를 가져온 국회의원,

기타 그 밖의 많은 사람들로 은행은 만원(滿員).

자원자가 너무 많아 내일을 기약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다 들 입모아 죽었다고 수근거렸지만 결코 은근과 끈기의 우리 민족은 죽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단결력과 협동심으로 자랑스럽게 일어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씩씩하게 보란 듯이 살 것입니다.


머지않아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가운데 찬송이 하늘에 사무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