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青孀)
올말졸망 토끼같은 새끼들 여섯이나 질러놓구
삼대독자 생떼 같은 지아비 훌쩍 떠나버렸소
엄동설한 칼바람에 사람들은 엄두를 못내고
멀찌감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섰으니
할수있나 곡괭이로 언 땅 찍어 대충 묻었지요
동네 아낙 둘만 모이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저 여편네 신랑 죽었는데 눈물도 안 흘린다」
울 수가 없었지요 울 새는 있었는 줄 아는가
애들 데리고 살아갈 생각에 이를 악물었지요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세월이지만 다 지난 일
이젠 웃지.출가한 딸 사위 손자들 대견하구요
짝지우지 못한 막내 뭘 합네 하며 돈타령 해두
속썩을 것까지야 있나요 다 그 재미루 살지요
그런데 말이요. 혼자 이태껏 살면서도 몰랐는데
요즘은 세상살이가 뭔가 허전하고 무섭습디다
청상으로 살았으니까 허전하지 않을리야 없지만
절간에 쌀도 바치고 뒤뜰에 치성도 드려 봤는데
오늘 선상님 말하는 예수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초에 이렇게 복 받을 소릴 해주니 고맙네요
좌우지간에 지금까지는 몰랐으니 그렇다 치고
선상님이 거짓말 할 사람으루는 보이지 않으니
내 한 번 열심히 믿어 천당 갈 사람이 되지요
- 朴 荣 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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