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봄(春)(2000.03.12)

솔석자 2019. 4. 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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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흙 한 삽 떠올려

덧씌워 바르던 논둑길

콘크리트로 단장하여

흙 냄새 사라진 곳에도

새파랗게 쑥이 돋아나니

툇마루 장죽 무신 영감님

담장 넘겨보며 미소짓네

어허! 이보게 봄일세그려


겨우내 비워두던 사랑채

생쥐 드나들던 아궁이와

불길 살피던 부지깽이도

주인 맞을 생각에 달떴네


그 맘 이심전심이었는지

따순 안방에 겨울 났어도

늘 사랑방 그리던 영감님

삼태기 찾아 아궁이 친다

쟁깃날 세우고 보습 챙길까

힘 쓰는 저 소 배를 불리랴

월령가(月令歌)나 불러 볼까


아서라! 듣지 않는 몸

앞선 맘 비웃듯

기계 제 먼저 달음박질하누나

하여간, 봄이로세

좋은 시절 이 아니겠는가

- 朴 荣 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