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
젖은 흙 한 삽 떠올려
덧씌워 바르던 논둑길
콘크리트로 단장하여
흙 냄새 사라진 곳에도
새파랗게 쑥이 돋아나니
툇마루 장죽 무신 영감님
담장 넘겨보며 미소짓네
어허! 이보게 봄일세그려
겨우내 비워두던 사랑채
생쥐 드나들던 아궁이와
불길 살피던 부지깽이도
주인 맞을 생각에 달떴네
그 맘 이심전심이었는지
따순 안방에 겨울 났어도
늘 사랑방 그리던 영감님
삼태기 찾아 아궁이 친다
쟁깃날 세우고 보습 챙길까
힘 쓰는 저 소 배를 불리랴
월령가(月令歌)나 불러 볼까
아서라! 듣지 않는 몸
앞선 맘 비웃듯
기계 제 먼저 달음박질하누나
하여간, 봄이로세
좋은 시절 이 아니겠는가
- 朴 荣 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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