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살펴 씨를 뿌려…
흑암의 땅에 울며 잠들었다가
새벽의 땅에 기뻐 일어났다
밤새 부엉이 울던 계곡에
세속에 찌든 미련 버리듯
향동(向东)하여 세면(洗面)한다
잠자다 갈 수도 있는 세상
부지불식간에 생명 얻었으니
이보다 더 복된 선물 있으리요만
내게 밥 날라다 준 고마운 이는
손으로 먹느냐며 날 타박하누나
손으로 먹음이 무슨 상관 있으랴
주는 이가 자기 즐기는 것이라고
받는 이 무조건 기꺼워야 한다면
받음 없이 그냥 사느니만 못하지
가지고 온 것 우리 주고 싶거든
네 맘 움직이는 대로 하라만은
우리 네 미련하고 불쌍하다면서
쥐어 주는 숟가락은 사양하겠네
그리고 이거 한 가진 알아두시게
때로는 우리도 너희 행동 보면
배꼽 빠지게 웃고픈 걸 참는다
- 朴 荣 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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