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타작
한숨 소리 땅 꺼지겠네
주름살만 한 골 더 늘어
힘든 농사에 허리 굽어
어깨 말라 슬퍼라
뻑뻑 빨아대는 담배연기마저
한숨 더불어 하늘 올라
무언가 글자를 만들 듯
푸념하듯 떨고 사라진다
부모 앞설 듯 병 골짜기
깊어진 나이 어린 아들
생각하기도 가슴 떨려
설운 빛깔 눈물 되어 뒹군다
큰 못으로 가슴을 치는 듯
무수한 바늘로 찔러대는 듯
인간노릇 못해도 좋으니
죽지나 말았으면...
이른 봄 배추 심어
빚만 늘어, 늘어
그래도 농사꾼은
땅 파 먹고 사는 거여
체념인 듯 습관인 듯
또 배추를 심고 고추 심었다
속고 또 속고
한없이 속는 것 같아도
반타작이라도 했으면...
들녘 나락 없는 벼포기
안타까이 만져보곤
또 다시 구겨진 담배곽에
손길을 움직인다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이
마냥 죽어라 죽어라 하는
세상인 것 같은 우리 고모부에게는
배부른 소리로만 들리는데
주님 거기도 계시지요?
한숨 속에, 눈물 안에...
- 朴榮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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