賀樂醫員(Dr.W.J.Hall)史蹟

聖人 賀樂(Dr. W.J.Hall)이 조선 서 행한 것을 기록함(노병선)

솔석자 2018. 4. 26. 13:49

    성인 하락이 조선 서 행한 것을 기록함


    주강생 일천팔백 구십삼년 여름에 무목사가 나를 권하여 말 가르치는 선생으로 이 의원에게 천거하기에,

    "나는 구변이 없고 성품이 줄하여 어찌 문명한 나라 사람을 가르치리오" 하니 무목사가 이르되,

    "사양치 말고 시험하여 보라" 하며 이 의원에게 인사를 시키거늘 서로 대면하여 보온즉 위인이 장대 할 뿐이오 선배답지 아니하여 마음에 부족히 여겼으나, 인도한 사람의 낯을 보아 수삼일을 왕래하며 본토 말도 가르치며 언문의 높고 낮은 글자로 의론하니, 자연히 의원의 하는 일을 보고 말을 들으며 용심(用心)하는 것을 살펴보며, 친구를 사귀어 접대하는 것을 보니 어찌 그 성품과 행실을 모르리오.

    그 후로는 마음과 뜻이 합하여 성냄과 슬픔을 피차일반으로 하다가, 세월이 뜻없이 극히 더위를 당하여, 북한산성으로 피서 가자 하거늘 기쁘게 여겨, 이 의원의 부인과 함께 백마 한 필을 얻어 타고 북한에 가 부왕사에 처소를 잡고 구경하면서 서로 어깨를 곁고 다니니, 경치도 좋고 가히 피서할 만하여 거진 한달을 지날쌔, 간혹 산골 집에서 병도 보며 절 중에게 전도도하며 우스운 일도 보다가, 더위가 이미 가고 추풍이 서늘하여 서울로 돌아와 또 날마다 추축(追逐:벗 사이로 서로 왕래하며 사귐)할쌔, 아침에는 성경공부를 하고 낮에는 병든 사람에게 진맥하고 약도 주며 저녁에는 그 친구 베스팃 의원과 함께 남대문안 상동명원에 전도하러 삼인 동행하여 풍류궤를 지고 가서 풍류 치며 찬송가를 부르니, 근본 병원 앞길은 남으로 전라도와 인천 항구를 통하여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이 어께를 갈고 삼매를 연하여 왕래하매, 찬미소리를 듣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 백여명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우리 구주의 속죄한 신도를 전하니 이 의원의 나태한 모양은 보지 못할러라.

    대개 세상 사람이 제 몸을 아끼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리오마는 이 의원은 몸을 아끼지 아니하고, 친구의 집에서 초상 나면 관짜기와 산디잡기며, 병 들면 약 주기와 주리는 자에게 돈 주기와, 객사한 사람을 보면 송장치기와, 우리 교중에 나와 있는 교사 중 험한 일과 어려운 일은 다 성심으로 하니, 이렇게 순전한 사람은 처음 볼러라. 나의 말이 칭찬하는 말이 아니오 듣고 본 대로 말하노라.

    그러므로 날마다 정이 두텁고 뜻이 합할 뿐더러, 두 사람이 한 사람의 몸같이 지나기는, 이 의원은 열심으로 도를 전코져 하나 방언을 넉넉히 통하지 못하니 임의롭지 못하며, 나는 신심이 견실치 못하고 말할 줄도 모르는 고로, 이 의원이 아니면 론설할 수 없고 나 아니면 말할 수 없어 피차에 잠시도 떠나지 못하다가, 추구월 평양으로 내려가자 하기에 조금도 사양치 아니하고 함께 내려가니, 이 의원은  전에 이곳에 내왕한 곳이라. 아는 친구가 있어 찾아오더라.

    평양에서 함께 있은지 일곱 달이라. 그 동안에 기쁜 일도 있었으며 우스운 일도 있었으며 괴이한 일도 있었으나, 이 모든 일을 다 기록하고져 하면 붓은 막론하고 또한 낱낱이 생각지 못하여 대강 기록하노라.


    하루 아침에는 동리 사람 수십명이 우리 있는 집에 와서 말하되, 

    "우리가 오기는 다름 아니라 우리 동리 풍속은 해마다 집집이 형세대로 돈을 모아 신당에 제사를 드리는데, 우리 동리 중에 이 집이 제일 클 뿐더러 로형은 서울 사람이오 저 양반은 서국 양반이니, 정성으로 돈을 많이 내면 신령으로 복을 받아 타도 타향에서 몸이 평안하고 일년 수가 길하리니, 이런 이치를 잘 말하라" 하거늘,

 나의 말이, "이것이 아니 될 일이라. 하나님을 공경하는 사람은 신령이 상관없다" 하니, 그 사람들이 크게 노하여, "천하에 신령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 다시 두말 말고 로형은 돈 내는 것이 아니니 말만 통하라" 하거늘, 나는 좋지 아니한 줄을 아나 이 사람들의 구박하는 것을 이기지 못하여 의원에게 이 말을 통하니, 의원의 말이, "우리는 신령과 상관도 없고 바랄 것도 없다" 하며 "우리는 신령을 만드신 상제(上帝:하나님)를 섬긴다" 하니,

    그 사람들이 나아가더니 홀연히 이십 여명이 도로 들어와 나를 끌어다가 때리며, 그 중에 우리와 함께 있는 평양 친구의 의복을 찢으며 하는 말이, 

    "우리 조선놈을 다 내어쫓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아니하면 서양 놈은 절로 가리라" 하며, 나를 가운데 두고 발로 차며 주먹으로 치며 하는 말이,

    "이것이 우리가 치는 것이 아니라 신령님이 벌주는 것이라" 하며 죽도록 치다가 놓아주매, 

    돌아와 의원을 보니 이 의원이 나의 성난 얼굴을 보고 위로하는 말이,

    "보라(바울)의 행적을 보았느냐" 하거늘, 그의 말은 대답지 아니하고 내 말이,

    "예수교를 두 번만 하면 내 몸이 없어지겠으니 나중에 상 받는 것을 누가 아느냐? 나는 아무것도 싫고 곧 서울로 올라가겠으니 로형은 어찌하려느뇨?" 의원의 말이,

    "갈 때는 갈지라도 우리가 기도하자" 하며 문을 닫고 엎디거늘, 아니할 수 없어 함께 기도할쌔, 나더러 먼저 하라기에 전에 하던 말이 나오지 아니하며 하지 못하고 이 의원만 나를 위하여 만단으로 위로도 하며 복을 비나, 조금도 분기를 참지 못하여 일어나 의원에게 성을 무수히 내니, 의원은 근본 참고 관후한 사람이라. 혹 기쁜 말로도 위로하며 우스운 말로도 위로하며 정다운 말로도 위로하다가, 오후가 되니 그 날 아침 난을 만날 때에 의관을 상한 사람이 와서 그들의 상한 것을 뵈이니, 이 의원이 보고 애석히 여겨 하는 말이,

    "그대들이 다 나를 위하여 이렇게 상처가 났으니 불안함이 막심하다" 하며 그 값을 다 물어주려 하니 사람이 목석이 아니어든 어찌 탄복지 아니하리오.

    그 사람들이 복복(僕僕:귀찮을 정도로 번거로이) 사례하고 물리치니, 나도 그때부터 부끄러워 그렁저렁 수삼일을 지날쌔, 그제는 그 근처에 빈한한 사람을 구제하기를 일삼으니, 마치 꿀종지에 파리드는 것 같이 문이 메어 사람이 왕래하나, 밤이면 돌이 비오듯 하며 밤이 오면 위태하기가 살얼음 위에 앉은 것 같아서 잠시도 견딜 수가 없더니, 하나님이 도우사 날로 인심을 수습하여 차차 서로 합심되어 지날쌔, 이 의원은 평양의 아해를 사랑하는 고로 집에 있으나 밖에 나아가나 아해 수십 명 씩 따라다니며 그리 괴롭게 하여도 조금도 반색이 없고, 그 많은 수염을 흔들지라도 도리어 웃거늘 괴이히 여겨 물으니, 이 의원의 대답이,

    "그대는 어찌 마음이 괴벽하뇨? 우리 주 말씀이 아해 마음을 가져야 천국에 들어간다 하였으니 어찌 아해 마음을 본받지 아니하리오" 하니, 이 사람의 믿음이 견실함을 가히 알지라.


    하루는 혼자 앉았는데, 어떤 여인이 아해를 업고 와서 돈 백량을 내라 하거늘 무슨 곡절인지 알지 못하여 그 연유를 물으니 그 여인의 말이,

    "우리 남편이 첩을 두고본 아해를 돌아보지 아니하기에 내가 그 일을 애석히 여겨 근처 사람에게 물은즉 서양 사람에게 첩을 떼는 약이 있다 하기에 내 동리 사람들을 보내어 이 약을 사다 쓰되 종시 첩을 보내지 아니하니 공연히 돈만 허비하였으니, 이 돈은 내 가락지와 빈아(비녀)를 판 돈이니 빨리 내라" 하거늘, 내 말이,

    "그러면 그 사람을 불러오라" 하니 사람을 보내어 찾은즉 도망하였더라.

    그 후에 이 의원이 그 말을 듣고,

    "일은 그르던지 옳던지 사람의 마음 상케 하는 것이 좋지 않다" 하고 내가 그 돈을 물어준다 하니, 성중 백성들의 말이,

    "이런 돈을 다 물어주면 돈이 산과 같이 있더라도 못하겠다" 하며, 또한 그 여인도 매우 부끄러워 가니 성중 사람들의 말이,

    "착하다. 성인 하락이여! 천당에 가리로다" 하기에,

    나도 이 의원 행한 일을 쓰고져 하여 제목을 '성인하락의사적'이라 하노라.

노   병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