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트자락 사이로 보이는 세상
천년을 살아도 하루 같다면
거기가 천국이지 무얼 바라겠습니까?
가진 것 부족하다 불평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안다면 복 받는 일이지요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아직 내 생명 살아 있나
낙숫물 소리 들립니다
목을 축일 수 있으리란 생각에 감사합니다
손을 뻗어 그 누가 손을 뻗어
내 손 힘껏 잡아주면 좋겠네
다들 어디 가셨나 엄마! 아빠! 오빠!
왜 이렇게 조용하지?
졸음이 와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덮어
점점 더 친근하게 느껴지려 하는데
한 빛, 눈부시게 밝은 사랑의 빛
작은 구멍으로 들어와 나를 감쌌네
음부의 권세가 날 이기지 못했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나는 훨훨 날아올랐네
생명으로...
날 사랑하는 이들 많은 세상에서
견디다 끝내 죽어간 가엾은 사람들 몫까지
난 한없이 한없이 사랑하며
부여안고 날 비춘 그 빛 되어 살겠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