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自覺)
자기가 독수리인 줄 착각하고 사는 덜 떨어진 솔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나서기 좋아하고 으시대기를 좋아했습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든 비웃든 아랑곳하지 않고 저 잘난 맛에 살았습니다.
누군가가 그것을 일깨워 주려고 하면 그는 혼자 다 아는 것처럼
그들의 고마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멋대로 살았습니다.
어느 날 서툰 몸짓으로 하늘을 날다 사냥군의 총에 날개를 맞아
곤두박질 친 끝에 잡히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냥군은 그를 치료한 다음 잘 훈련시켜 토끼사냥을 위하여 썼습니다.
솔개는 사냥군을 따라다니며 토끼사냥을 도왔습니다.
솔개는 그것이 오직 유일한 자기의 일로 생각했습니다.
사냥군은 솔개의 그러한 본성을 부추겨서 얼르고 구슬러 아주 좋은 사냥도구로 부렸습니다.
솔개가 날쌔게 토끼를 몰아 잡을 때마다 사냥군은 머리를 쓰다듬고 고기를 던져주었습니다.
사냥이 끝날 때마다 던져주는 사냥군의 고기 한 덩어리에 만족하며
솔개는 그런 사냥군에게 충성을 다하며
더 잘 보이려고 온갖 기술을 다 보였습니다.
자칭 독수리 솔개는 자기의 힘이 제일 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오직 자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냥군만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솔개는 자기보다 더 크고 멋지게 생긴
진짜 독수리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솔개는 그 날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냥도 재미없어졌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온통 낮에 만났던 멋진 독수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습니다.
그 날부터 솔개에게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냥을 하다가도 그 생각에 사냥감을 놓쳐버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어느덧 철학자처럼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태어났는가?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가?
정말 나는 독수리인가?
혹시 내가 독수리가 아닌 것은 아닌가?’
그렇게 고민하기를 여러 날,
솔개는 서서히 반란을 준비했습니다.
그날도 사냥군은 반란을 준비하는 솔개를 데리고 사냥을 떠났습니다.
깊은 산중, 사냥군은 또 다른 날처럼 솔개에게 토끼사냥을 맡기고는 낮잠이 들었습니다.
사냥군은 그렇게,
이제 모든 것을 자신이 부리는 솔개에게 다 맡길 정도로 신임을 한다는 것보다도
자기 안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사냥군은 솔개가 잡은 사냥감을 팔아 돈 버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았습니다.
토끼를 좇는 솔개의 눈에 다시 그 독수리가 보였습니다.
그의 귀에 독수리의 목소리가 환청인 듯 들려왔습니다.
‘이리 올라와! 너도 나처럼 날아 올라라.
더 높이, 더 크게, 더 멀리 눈을 떠 봐.’
솔개는 힘차게 하늘로 날았습니다.
사냥군이 잠 든 사이 솔개는 자기의 길을 찾았습니다.
높이, 더 높이 날아 올랐습니다.
날아올라 독수리에게 가까울수록 솔개는 자신을 깨달으면서 오히려 점점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나는 솔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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