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랍속 사금파리

죽을 준비가 되었습니까?(97.08.10)

솔석자 2019. 4. 13. 23:44

죽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떤 이가 말하였습니다.

나는 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욕도 깨끗하게 하고요,

내의도 조석(朝夕)으로 갈아 입구요,

손톱 발톱도 단정하게 다듬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느냐구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서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얼마나 망신스럽고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난 언제 죽더라도 남들한테 부끄러운 부분을 보이지 않으려 늘 준비하고 있지요.“

 

아닙니다.

결코 그것은 준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죽은 후의 준비가 아니라 죽기 전의 준비라 하겠지요.

그리고 그만이지요.

산 사람들이 추하다고 흉을 보는 것이 두렵겠습니까?

시신이 깨끗했더라하는 얘기를 청사에 길이 남기고 싶습니까?

애시당초 육신은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호의호식하며 살고,

남부러울 것 없이 떵떵거리면서 한 세상 한 재물 거머쥐어설랑은 빛나게 살았어도

그냥 그것으로 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