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떤 이가 말하였습니다.
“나는 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욕도 깨끗하게 하고요,
내의도 조석(朝夕)으로 갈아 입구요,
손톱 발톱도 단정하게 다듬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느냐구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서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얼마나 망신스럽고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난 언제 죽더라도 남들한테 부끄러운 부분을 보이지 않으려 늘 준비하고 있지요.“
아닙니다.
결코 그것은 준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죽은 후의 준비가 아니라 죽기 전의 준비라 하겠지요.
그리고 그만이지요.
산 사람들이 ‘추하다’고 흉을 보는 것이 두렵겠습니까?
‘시신이 깨끗했더라’하는 얘기를 청사에 길이 남기고 싶습니까?
애시당초 육신은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호의호식하며 살고,
남부러울 것 없이 떵떵거리면서 한 세상 한 재물 거머쥐어설랑은 빛나게 살았어도
그냥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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