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근밥 솥단지 545

봄보리(春麦)

봄보리(春麥) 나는 봄보리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습니다 포근한 무게로 덮어 주던 하얀 이불마저 보이지 않고 난 밤새 속살이 시린 아픔으로 그렇게 온 겨울을 떨며 지새웠습니다 나는 봄보리 지난 겨울은 너무 외로웠습니다 자상한 발길로 꼭꼭 밟아 주던 농부들 정성도 적어지고 우리 동무들도 옛날처럼 많지 않아 어금니 꽉 물고 속으로만 외로움 삭였습니다 나는 봄보리 그 밤은 또 너무 길었습니다 추위에 떨고 외로움에 아파하며 그래도 따닷한 날 오겠지 못 참겠다 아우성치는 속살 달래며 동지섣달 긴긴 밤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나는 봄보리 이젠 울지 않습니다 주야 장장 긴 겨울 인고의 시간들이 나를 튼튼한 몸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늘 촉촉이 내리는 봄비는 겨우내 마른 바람 할퀸 상처를 닦아줍니다 이제 나는 꿈을 꿉니다 ..

시근밥 솥단지 2019.05.21